은퇴준비? 나는 마흔아홉에 웹소설 작가가 됐다
번역일을 그만 두고, 나는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일터에서는 온종일 웹툰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고, 퇴근 후에는 밤이 늦도록 티브이 드라마와 예능을 봤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늘 그런 생각이 잠재적으로 깔려 있었다. 뭐 재미 있는 거 없을까? 매일 똑같은 일상, 하루라도 빠지면 서운한 진상 손님들, 쳇바퀴 돌듯 나는 그렇게 무료하고 심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회사를 다닐 때 대학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심심하면 연애를 해. 세상에 그것만큼 재미있는 게 어디있어? 하지만 그것도 다 부지런해야 가능한 거다. 나는 성질도 지랄 맞지만, 지지리 게으르기도 했다. 남자를 만나는 것도 귀찮고, 친구들 만나서 의미 없는 수다를 떠는 것도 시간 낭비 같고, 귀찮았다.
은둔형까지는 아니어도, 말하자면 나는 자발적 외톨이 인생을 선택한 셈이다. 어젠가 라디오에서 들으니 요즘은 이런 걸 조모족(JOMO족 : joy of missing out)이라고 한다더라. 그나마 친하게 지내던 대학 동창들, 입사동기들까지 모조리 연락을 끊고 지낸 지가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 ( 얘들아, 다들 잘 살고 있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구나.)
배우나 돼 볼까?
너무 심심해서 머리가 돌아버렸는지. 급기야 나는 그런 터무니 없는 생각도 했다. (내 주제에 터무니없다는 소리다. 지금이라도 그쪽에 뜻이 있고 도전하고 싶은 시니어가 있다면 나는 응원한다)
내 주제에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꽃보다 할배에 나온 꽃 할아버지들 때문이다. 80이 넘은 노인네들이 아직도 현역에서 재미나게 일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 저렇게 나이 80이 넘어도 현역으로 일하려면 아무래도 예술 방면이 좋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려면 얼굴도 팔아야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일을 해야 할 텐데, 그건 나한테 맞는 직업 조건이 아니었다. 그래서 배우 쪽은 아쉽지만 마음을 접어야 했다.
판사님이 소설을 썼다고?
유레카!!!
그렇게 무료한 날들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인터넷에서 누가 써 놓은 글을 읽다가, 현직판사가 쓴 소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뭐? 판사가 소설을 썼다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스 함무라비>라는 소설을 쓴 문유석 판사였다. 찾아보니 나하고 나이까지 같았다. 멋있다, 재미 있겠다. 소설, 소설, 소설. 그날부터 내 머릿속에는 그런 상상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나이에 상관 없이 평생 할 수 있는 일
- 사람 상대하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일
-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하고 싶을 때만 할 수 있는 일
생각해보니 소설을 쓰는 것만큼 내 직업 조건에 부합되는 것도 없었다. 나도 써 봐? 판사님도 썼다는데? 재미 삼아 써 볼까? 판사님처럼 대단한 지식이 있는 사람도 아니니, 전문적인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낼 수는 없어도, 사람 사는 이야기는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까짓 껏 써보자.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무료한 일상에 오아시스 같은 시간이었다. 내가 만든 인물들이 소설 속에서 막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글 창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리면 핏속에 아드레날린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기분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좋아진 게 하나 더 있었다. 잡생각이 줄어 들었다는 거다. 그리고 우울했던 기분도 나아졌다. 그렇게 이야기 하나를 완성했다.
그런데 다 써놓고 나니 그제야 이 글을 어떻게 하지? 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가 좀 읽어 주면 좋을 텐데. 그래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평소 웹툰을 즐겨 보던 나는 파란 창에 웹소설을 올리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글을 올렸고, 거기서 내 글을 좋게 본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마흔아홉 살에 웹소설 작가가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소설을 써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벌었는지에 대해 써보겠다. 너무 기대는 마시라. 나는 그저 푼돈, 용돈 벌이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몇 푼이라도 들어오는 그 재미가 얼마나 솔솔 한지 모를 것이다.
※ 웹소설 써서 부수입 올리기, 수익 공개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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