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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애증의 영어 - 언젠가 영어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그 날을 꿈꾸며

by 스윗라퀸 2020. 9. 25.

 

애증의 영어 - 언젠가 영어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그 날을 꿈꾸며


 

 

 

대학 시절 나는 전공 공부보다 영어 공부를 더 많이 했었다.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들어간 학과였는데, 영 내 적성에 맞지를 않았던 이유도 있었고, 어차피 취업을 하려면 영어가 필수였기도 했었으니까.

 

그런데 80, 90년대 영어 공부라는 것이 그랬다. 영어 좀 한다는 애들도 회화는 영 잼병이었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구장창 앉아 토플만 팠으니까.

 

외국어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지 않는가. 그 나라에 가서 살지 않는한 나이들어 말문을 트기가 쉽지 않다고. 특히나 우리처럼 영어와 어원과 어순 자체가 아예 다른 나라의 경우 더 많은 핸디캡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루 온종일 도서관에 앉아 토플 책을 판 탓에, 다행이 원하던 직장에 취직도 하고, 회사를 그만 둔 후에는 잠깐 아르바이트 겸해서 영어 번역일을 해보기도 했지만, 나는 여전히 영어권 사람들만 만나면 벙어리가 되기 일쑤였다.

 

시간 투자도 많이 하고, 분명 공부량도 적지 않았는데 말문이 트이지를 않으니까 영어에 대해 미련이 계속 남았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 둔 이후로도 꾸준히 지역 영어동아리에 다니면서 회화공부도 해봤지만, 별반 크게 늘지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나는 충격적인 장면을 봐버렸다. 내 가게에 손님으로 온 중국인이 나와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핸드폰을 꺼내더니 쓱쓱 몇 자 적고난 후 뭘 누른다. 그런데 그 순간 핸드폰에서 한국말이 솰라솰라 나오는 게 아닌가.

 

 

세상이 바뀌고 있었던 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신통방통한 번역기 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니. 이제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누구를 만나도 겁먹을 일이 없겠다 싶었다.

 

나는 그날로  영어 공부를 접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영어 공부는 할 필요가 없는 듯 보였다. 아니 어쩌면 좋은 핑계거리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해도 해도 말문은 안 트이고 지쳐갈 무렵, 딱 그만 둘 좋은 명분이 생긴거다.

 

 

그렇게 영어를 쳐다보지도 않고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그나마 손쉽게 하던 영문 독해도 이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알지 않는가, 외국어라는 것이 유창하게 쓰던 사람도 쓰지 않으면 다 잊어버린다는 걸.

 

그런데 갑자기 영어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은퇴 준비며, 밀린 소설도 써야 하고 블로그에 글도 올려야 하는데, 아니, 왜 또 갑자기 영어 공부??

 

 

 

 

이게 다 잠자기 전 폰질 때문이다. 잠이나 잘 것이지.

 

며칠 전  잠은 안 오고, 이 블로그 저 블로그 기웃거리다, 어느 블로거의 애드센스 수익공개 글을 보게 된 게 발단이었다.

 

세상에는 참 대단한 블로거들이 많았다. 

 

네이버고 어디고, 나는 블로그에 글을 써본 게 이번이 처음인데, 벌써 10여년 전부터 블로깅을 해왔다는 그 블로거는 한국이 아닌 세계를 상대로 블로깅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영어로.

 

구체적으로 방문자수까지 시시콜콜하게 알려주지 않았지만, 인증된 수익액을 보고 나는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그건, 마치, 내 앞에서 중국인이 핸드폰을 만지자 유창한 한국말이 솰라솰라 튀어나왔을 때의 그 충격과 비슷했다.

 

 

그래, 맞아. 난 우물안 개구리였던 거야.

 

기왕 블로깅을 하려면, 5000만 한국인을 상대로 할 게 아니라 70억 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게 맞지.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막 가슴이 뛰었다. 무슨 컨텐츠를 다뤄야 할 지도 떠올랐다.

 

쇠뿔도 단 김에 빼랬다고, 블로그 시작하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뚝딱 만들어서 글만 쓰면 되는 건데, 아뿔싸, 영어가 걸림돌이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공부 그만 두지 않고 계속 할걸. 후회가 막 밀려왔다. 하지만, 뭐, 또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니까. 

 

 

지금 당장이야, 이 블로그가 자리 잡는데 힘을 실어야 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3년 계획으로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도 결심했다. 어차피 영어로 블로그를 운영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은퇴 후 1년에 1달씩은 해외살이를 해보자고 마음 먹은 탓에, 다시 시작할 명분은 충분히 있었다.

 

요즘은 정말 하루에 24시간이 모자라는 기분이다. 직장 다닐 때도, 내 가게 열고 난 후 지난 14년 동안에도 이렇게 자기 전까지 온 종일 뭔가 머릿속이 어수선하고 바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것저것 안 하던 걸 하려니까, 힘은 드는데, 또 한편 기대가 되는 것도 있다. 3년 후, 내 블로그는 얼마나 커 있을까? 은퇴 이후 바람대로 해외 한달살이는 할 수 있을까 등등.

 

어쨌든 은퇴의 시기는 하루 하루 다가오고 있고, 중요한 것은 내가 그날을 위해 뭔가 열심히 토대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일이 원하는대로 다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지만, 그래도 되는데까지는 한 번 해봐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영어 공부를 새로 시작하기로 결심하며 오늘은 주절주절 일기를 쓰듯 글을 남긴다. 읽어 주신분들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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